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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리산 기슭에 사는 사람들을 참으로, 무척 부러워한다. 여건만 되면 지리산에 와서 조그만 집을 짓고 늘 지리산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살겠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이다. 나도 그랬다. 고려의 문인 이인로도 살기 좋은 이상향을 찾아 지리산에 왔었다는 내용을 그의 문집 “파한집”에 기술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리산에 살기를 원했던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리산에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한 행복을 갈망하여 지리산으로 들어왔을텐데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혹시 도를 닦으며 살아보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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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리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자주 찾으시던 지리산자락 백운동계곡


도를 닦는다는 건 사전적 의미로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이야기 하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대략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설명들을 하는데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속에 그간의 정보를 바꾸는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제적인 풍요로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 높은 지위로 권력을 갖게 되는 것, 치열한 경쟁으로 재화를 쟁탈하는 것, 이것들이 기존의 마음속 깊이 존재하던 가치였다면 지리산에 들어와 이것을 바꾸며 살아보는 것이 마음공부이고 도를 닦는 일은 아닐까 한다. 이를 통해서 행복을 얻고자 함이 지리산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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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일출봉에서 늘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두 그루의 주목


어찌 되었건 지리산 기슭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산다. 그중 먼저 들어와 사는 사람들과 늦게 들어온 사람들, 잠시 찾아온 손님들, 원래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사이에 알게 모르게 많은 갈등들이 얼키고 설켜 존재한다. 오히려 도시에서 보다 더 격렬한 갈등들이 표출되기도 한다. 지리산에서 마음공부를 하며 산다는 자만심과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의식들이 내심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관용과 너그러운 삶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한 모습들을 보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많은 갈등들은 서로의 존중이 부족함에서 나온다. 때로는 냉정하리만큼 합리적인 도시적 사고가 시골에서의 삶에도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 해서, 먹고 사는 수단이 다르다 해서, 배움의 정도가 다르다 해서 함부로 충고하고 참견할 일이 아니다. 자신은 손톱만한 배려를 소리 높여 자랑하고 타인을 함부로 꾸짖는 것 역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나이가 조금더 많다고 함부로 가르치려 할 일도 아니다. 어리지만 훨씬 많은 경륜과 학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도를 닦으며 산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일이다. 자신들의 가치만 재정립하고 행동하면 되는 일이다. 함부로 타인을 강제하고 꾸지람하는 일은 마음공부가 잘된 사람의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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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꾼들의 꿈은 이 마을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살아보는 것이다.

 

어제는 집을 짓고 마을에 이사 들어온 가족의 집들이 모임이 있었다. 지리산을 아주 잘 볼 수 있는 곳에 멋진 집을 지었다.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흐뭇했다. 지난해 이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을주민들에게 허락을 받으러 다니던 집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굳이 남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지리산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분위기였다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인데 아직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디 그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지리산에 사는 사람들 모두는 최소한의 도덕적 틀 내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가며 시간이 좀 있을 때는 둘러앉아 막걸리도 한잔씩 같이 나누고 그리그리 편안하게들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가며 서로가 끼치는 사소한 폐는 조금씩 이해하며 웃어주면 좋겠다. 사람이 사는 자체가 이웃에게 폐이고 자연에도 폐를 끼치는 일인데 나인들 주위에 덕 만을 주고 살겠는가. 남을 책망하기 전에 나를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 지리산에서 도를 닦으며 행복하게 사는 길 일 것이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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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5.02.22 By편집부 Views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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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5.02.19 By편집부 Views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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