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터넷뉴스 남원넷

최종편집
  • 2024-04-18 23:24





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벚굴_고은정.JPG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재미중의 하나는 품앗이나 물물교환 비슷한 경제활동에 있는 것 같다. 하동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께서 장 담글 메주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작년 늦가을에 만들어둔 메주를 조금 나눠드렸더니 빚이라 생각하여 벼르고 계셨는지 어제는 섬진강 하구로 벚굴을 먹으러 오라는 특별한 초대를 해주셨다. 초대를 받고 가는 길에 만난 섬진강은 봄을 따라 흐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는데 성삼재를 넘어가기 전 까지는 볼 수 없었던 봄기운이 구례를 지나면서는 노란 산수유꽃으로 왔고, 하동이 가까워지자 막 터지기 시작하는 매화꽃망울들이 곧 먹게 될 벚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벚굴.jpg

섬진강에서 벚굴은 설을 전후해서 채취하기 시작하지만 벚꽃이 한창인 3~4월이 가장 맛있는 때라고 한다. 그래서 벚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물속의 굴이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보면 꼭 벚꽃이 핀 것 같은 모습이라 벚굴이라 불린다고 하니 나도 강물로 뛰어 들어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일반 굴들은 R자가 들어간 달에는 독성이 생겨 먹을 수 없다고 하여 4월부터는 먹지 않지만 벚굴은 5월이 되어서야 알로 인한 독성으로 생긴 아린 맛 때문에 먹을 수 없어 저절로 멀리 하게 된다고 한다.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의 해수와 담수의 비율이 이 벚굴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인데 섬진강 하구처럼 6:4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벚굴은 얼마나 큰지 한 개를 한 입에 다 먹기는 참으로 벅차다. 구워서 먹는 벚굴의 맛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짭조름한 바다의 맛으로 먼저 오고 다음엔 달고 목으로 넘어간 다음에는 굴 특유의 향이 길게 남는다. 바다에서 나는 갯굴처럼 강인한 맛은 없지만 서너 개만 먹어도 요기가 될 만큼 든든한 크기나 긴 여운으로 남는 달콤한 향이 섬진강의 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게 한다.


굴에는 글리코겐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하며 특히 더 풍부한 아연이 인체 내의 여러 효소의 구성성분이 되고 핵산합성과 면역작용에 필수인 미량원소로 어린이의 성장발달이나 면역반응, 신경학적 기능과 생식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굴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양을 저하시켜 관상동맥경화증, 심근경색, 고혈압 등에 좋고 혈전을 예방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성장기 아동의 뼈 발육, 성인의 골다공증 예방, 빈혈 치료, 성 기능이 떨어진 남성에게 효과가 있으며 체내 세포의 활성화 기능과 중금속을 해독하는 기능도 우수하다.


그러나 성질이 약간 차서 속이 찬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기운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벚굴은 여러 가지 양념과 함께 먹는 것보다는 생굴로 먹거나 요란하지 않게 최소로 조리하여 굴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깊고 큰 그릇에 한 컵 정도의 물만 넣고 굴을 찐 후 레몬즙을 넣고 만든 고추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훌륭하다. 고추장의 매콤하고 따뜻한 성질은 속이 찬 사람의 소화를 돕고 레몬에 들어있는 구연산은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여 식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굴에 함유되어 있는 철분의 흡수를 높이게 되므로 입안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벚굴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으니 권하고 싶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1.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10> - 손이 가고 자꾸 손이 가는 주꾸미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
    Date2016.04.01 By편집부 Views5052
    Read More
  2.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9> - 손님초대 하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냉이바지락밥

    손님초대 하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냉이바지락밥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에 시달린다. 밖은 새싹을 비롯해 만물이 생동하는데 나는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른하고 힘들다. 어쩌면 겨울 동안 너무 많은 활동을 ...
    Date2016.03.25 By편집부 Views3598
    Read More
  3.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8> - 이른 봄 울릉도에서 날아온 선물, 전호나물

    이른 봄 울릉도에서 날아온 선물, 전호나물 ▲ 지리산 맛있는 부엌 고은정 몇 년 전 이맘 때 한 후배로부터 택배 상자 하나를 받은 적이 있다. 마흔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만난 후배로 어릴 때처럼 짧은 시간에 친해지기 쉽지 않아 아직은 서먹한 ...
    Date2016.03.17 By편집부 Views4175
    Read More
  4.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7> - 지리산 남쪽의 봄나물 쑥부쟁이

    지리산 남쪽의 봄나물 쑥부쟁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들국화라는 그룹의 노래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부른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듣고 흥얼거리면서 다녔던 시간들이 있었다.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아침이...
    Date2015.04.24 By편집부 Views4158
    Read More
  5.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6> - 0.18g의 마법, 지리산의 향신료 제피

    0.18g의 마법, 지리산의 향신료 제피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모든 음식은 냄새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의 냄새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나이가 들어도 잊히지 않고 남아 어떤 장소, 어떤 순간을 막론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
    Date2015.04.17 By편집부 Views4199
    Read More
  6.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5> - 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잎이 피지 않은 봄의 숲은 황량함이 겨울의 숲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추운 겨울 끝에 봄이 되면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피어나면 숲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푸른빛을 ...
    Date2015.04.10 By편집부 Views4039
    Read More
  7.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4> - 전국 최고의 돼지고기, 남원의 버크셔 K

    전국 최고의 돼지고기, 남원의 버크셔 K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돼지고기는 꼭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친구들과 의정부 어느 쯤에서 제육볶음을 먹고 귀가해 자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고추장에 버무려...
    Date2015.03.27 By편집부 Views3730
    Read More
  8.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3> - 지리산 북쪽의 운봉 딸기 맛나구나!

    지리산 북쪽의 운봉 딸기 맛나구나!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세대에 따라 미팅의 풍속도도 달라진다. 내가 미팅을 하고 다니던 시절에는 창경원에 벚꽃이 피면 그곳에 가서 ‘밤 벚꽃맞이 미팅’을 하고, 가을에 배가 익으면 태릉의 과수원에서 ‘배밭미팅’을...
    Date2015.03.20 By편집부 Views3216
    Read More
  9.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2> - 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2>

    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재미중의 하나는 품앗이나 물물교환 비슷한 경제활동에 있는 것 같다. 하동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께서 장 담글 메주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작년 늦가을에 ...
    Date2015.03.14 By남원넷 Views2925
    Read More
  10.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1> - 경칩이라 뱀사골의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

    경칩이라 뱀사골의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오늘은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개어나서 꿈틀거리며 활동을 시작하는 절기인 경칩이다. 경칩을 전후로는 동물 뿐 아니라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고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
    Date2015.03.06 By남원넷 Views31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no_have_id

use_signup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