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터넷뉴스 남원넷

최종편집
  • 2024-04-23 21:43





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jpg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두릅밥.jpg


잎이 피지 않은 봄의 숲은 황량함이 겨울의 숲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추운 겨울 끝에 봄이 되면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피어나면 숲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푸른빛을 가진 새순 하나가 주는 기운은 희망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느껴진다.


겨우내 암흑의 땅속에서 간직했던 기운을 온몸으로 밀어 올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봄에 나무들의 새순을 따서 먹으면 추운 겨울을 지내고 지칠 대로 지친 인체가 그 나무들의 기운을 얻어 우리도 나무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것이 두릅의 순이라면 또 다른 설렘이 되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왜냐하면 나무로서의 두릅나무는 참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여리고 가는 잔가지를 달고 그 가지 끝에 물을 올리고 마침내 새순으로 봄을 터뜨린다. 그러나 두릅나무는 잔잔한 여러 가지로 기운을 나누지 않고 자신의 머리 위에 강력한 하나의 순만으로 봄의 기운을 spring처럼 튀어 오르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나물을 일러 나무의 머리 위에 피는 나물이라 하여 목두채(木頭菜)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두릅나무의 어린순은 나물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말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여 입술 문(吻)자를 쓰는 문두채(吻頭采)로 부른다.


두릅초회.jpg


두릅이라 불리는 나물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두릅이고, 다른 하나는 독활이라는 식물의 새순인데 키가 작고 땅에 붙어 자란다 하여 달리 땅두릅이라 부르며 한방에서는 그 뿌리가 관절통,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하나는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의 순이다.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린순에도 가시가 있으며 녹색의 참두릅에 비해 색이 약간 붉은 두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식품영양학적으로도 섬유질은 물론 질이 좋은 단백질, 다양한 무기질, 비타민 B1, B2, C 등이 함유되어 면역력을 높임은 물론이고 칼슘의 함량도 높아 관절에 좋다고 하니 한의학적으로 알려진 효능이 식품영양학적인 부분과 일치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량의 칼륨도 함유하고 있어 체내 나트륨 배설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두릅나무과의 식물들이 대부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사포닌 성분이 고혈압이나 당뇨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도 당뇨병에 부작용이 없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에 뒷집에서 아이들 손에 들려 나물 한 바구니를 보내왔다. 그 바구니에는 마을 뒤로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따온 두릅나물과 다래나무의 순이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들 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산을 한 바퀴 돌며 따 온 것을 나눠서 가져온 것이다. 봄에는 산나물을 채취해서 사는 집이라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코를 찌르는 진한 향과 밥상에 올랐을 때의 맛있는 맛이 생각나서 얼른 받아 들었다.

 
굵고 좋은 것은 소금물에 데쳐서 초장과 먹으려고 따로 정리하고 자잘하거나 억세고 너무 쇤 것은 골라 손질해서 냄비에다 밥으로 했다. 밥을 하는 동안 밥의 구수함과 함께 두릅의 알싸한 향이 오감을 자극하는 것에 몸을 맡기고 그것을 즐기면서 부추를 송송 썰어 넣고 양념장도 만들었다. 그리고 밥을 비볐다. 양념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간은 약하게 하고 비벼야 한다. 그래야 두릅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끼면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릅이 있어 좋은 봄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1.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10> - 손이 가고 자꾸 손이 가는 주꾸미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
    Date2016.04.01 By편집부 Views5054
    Read More
  2.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9> - 손님초대 하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냉이바지락밥

    손님초대 하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냉이바지락밥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에 시달린다. 밖은 새싹을 비롯해 만물이 생동하는데 나는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른하고 힘들다. 어쩌면 겨울 동안 너무 많은 활동을 ...
    Date2016.03.25 By편집부 Views3598
    Read More
  3.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8> - 이른 봄 울릉도에서 날아온 선물, 전호나물

    이른 봄 울릉도에서 날아온 선물, 전호나물 ▲ 지리산 맛있는 부엌 고은정 몇 년 전 이맘 때 한 후배로부터 택배 상자 하나를 받은 적이 있다. 마흔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만난 후배로 어릴 때처럼 짧은 시간에 친해지기 쉽지 않아 아직은 서먹한 ...
    Date2016.03.17 By편집부 Views4178
    Read More
  4.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7> - 지리산 남쪽의 봄나물 쑥부쟁이

    지리산 남쪽의 봄나물 쑥부쟁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들국화라는 그룹의 노래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부른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듣고 흥얼거리면서 다녔던 시간들이 있었다.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아침이...
    Date2015.04.24 By편집부 Views4159
    Read More
  5.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6> - 0.18g의 마법, 지리산의 향신료 제피

    0.18g의 마법, 지리산의 향신료 제피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모든 음식은 냄새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의 냄새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나이가 들어도 잊히지 않고 남아 어떤 장소, 어떤 순간을 막론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
    Date2015.04.17 By편집부 Views4201
    Read More
  6.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5> - 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봄나물의 황제 지리산 두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잎이 피지 않은 봄의 숲은 황량함이 겨울의 숲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추운 겨울 끝에 봄이 되면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피어나면 숲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푸른빛을 ...
    Date2015.04.10 By편집부 Views4041
    Read More
  7.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4> - 전국 최고의 돼지고기, 남원의 버크셔 K

    전국 최고의 돼지고기, 남원의 버크셔 K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돼지고기는 꼭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친구들과 의정부 어느 쯤에서 제육볶음을 먹고 귀가해 자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고추장에 버무려...
    Date2015.03.27 By편집부 Views3731
    Read More
  8.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3> - 지리산 북쪽의 운봉 딸기 맛나구나!

    지리산 북쪽의 운봉 딸기 맛나구나!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세대에 따라 미팅의 풍속도도 달라진다. 내가 미팅을 하고 다니던 시절에는 창경원에 벚꽃이 피면 그곳에 가서 ‘밤 벚꽃맞이 미팅’을 하고, 가을에 배가 익으면 태릉의 과수원에서 ‘배밭미팅’을...
    Date2015.03.20 By편집부 Views3217
    Read More
  9.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2> - 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2>

    벚꽃 필 무렵에 오는 손님, 섬진강 벚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재미중의 하나는 품앗이나 물물교환 비슷한 경제활동에 있는 것 같다. 하동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께서 장 담글 메주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작년 늦가을에 ...
    Date2015.03.14 By남원넷 Views2925
    Read More
  10. 고은정의 지리산음식이야기<1> - 경칩이라 뱀사골의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

    경칩이라 뱀사골의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오늘은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개어나서 꿈틀거리며 활동을 시작하는 절기인 경칩이다. 경칩을 전후로는 동물 뿐 아니라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고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
    Date2015.03.06 By남원넷 Views31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no_have_id

use_signup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