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터넷뉴스 남원넷

최종편집
  • 2025-07-01 21:15



              지리산에 살며 지리산을 여행한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jpg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지리산에 들어와 삶의 둥지를 튼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 산속에 살림집을 짓고 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지리산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깊이있는 사진작업을 위해서도 폭넓은 지리산에 대한 이해도를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몇해전 마침 모출판사에서 지리산 여행책을 출간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해보기로 했다. 지리산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감에서 였다. 꼬박 2년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사진도 찍고 글도 썼다. 처음 계약한 출판사와는 도중에 곤란한 사정이 생겨 출간을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른 출판사를 만나 지난해 여름 “지리산 낭만여행”이란 제목으로 지리산 여행책을 출간했다. 그간 지리산에서 사진작업을 하며 산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원고를 쓰며 지리산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많이 넓어진 느낌이다. 지리산과 지리산을 품고 있는 5개 시, 군, 그 속의 역사와 문화들을 독자들에게 폭넓게 소개하고 싶었다.


책표지.jpg

▲ 지리산을 여행의 관점으로 소개한 여행서적 “지리산 낭만여행”- 2015년 책나무 출판사


지리산은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품고 있지만 화려하고 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리산에서 찾는다면 그건 적절치 않다. 차분하고 여유있게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지리산의 특징이며, 생각하며 돌아보아야 그 감동이 커지는 것이 지리산 여행의 특징이다. 

몇해 전부터 부모님이 많은 시간을 지리산에서 함께 지내고 계신다. 황소처럼 강건하셨던 아버지는 연세가 들어가시며 무릎이 나빠져 목발이 없이는 거동을 못하신다. 맘먹고 온가족의 지리산여행을 제안했다. 밖에 나가는 걸 썩 좋아하시지 않는 성격이란 생각과 여유롭지 못한 살림살이 때문에 자주 나들이를 하지 못했는데 식구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자동차 핸들을 잡는 느낌이 종일 가벼웠다. 지리산 실상사 인근에 있는 집을 출발해 지리산을 한바퀴 도는 일정이다. 중간에 마을축제 한곳을 들르고 하동 쌍계사 인근의 지리산 야생차문화축제를 돌아보는 것으로 계획을 했다.


사진 1.jpg
신록의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다


지난해 출간한  “지리산 낭만여행”에 지리산에서 드라이브 하기 좋은 코스를 소개했다.
그 대부분의 구간을 지나는 이번 여행길의 길섶에는 제법 녹음이 우거져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암자나 사찰 인근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들이 보이고 논과 밭에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해 보인다.  함양 마천을 지나고 용류담을 거쳐 산청의 밤재를 넘었다. 댐 건설로 수몰 될지도 모르는 용류담 인근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쉽게 좋다는 표현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도 이곳의 칭찬만은 마다하지 않으신다. 단성, 덕산, 옥종 가는 길과 갈라지는 창촌 삼거리의 한 선지국밥집에서 선짓국을 먹었다. 가난했던 시절 할머니가 어쩌다 한번 장에서 사 온 선지로 국을 끓이면 그게 그리 징그럽게 맛있었다고 어머니는 이야기 하신다. 아내도 돌아가신 친정 할머니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사와 종종 끓여주었던 선짓국 이야기를 한다. 나 또한 사업에 실패하고 광주에 잠시 머무르던 시절 대인동 시장에서 먹었던 선짓국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막걸리 한사발을 청해 선짓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신다. 그렇게 우리는 지리산 여행중 점심 한끼를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 한사발로 맛있게 해결했다.


사진2.jpg

북천마을 앞뜰에 흐드러지게 핀 꽃양귀비


자동차 네비게이션으로 하동 북천마을을 검색했다. 원래는 가을 코스모스 마을축제로 잘 알려진 곳인데 꽃양귀비 축제를 한다는 정보를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다. 철길이 지나는 시골의 한적한 마을앞 들판이 온통 꽃양귀비로 뒤덮였다. 조그만 공연장에서는 노래자랑이 펼쳐지고 먹거리 장터는 아주 절제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집접 운영하는 마을축제로 보인다. 그러나 테마는 명확하다. 예쁜 꽃을 가꾸어 손님들을 청하고 잔치마당을 펼쳐 마을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어정쩡하지도 과도하지도 않다. 이렇게 가을엔 코스모스 축제를 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적절한 인원들이 찾아 즐거움을 느끼고 간다. 내가 꿈꾸고 우리 동네에서 만들고 싶은 마을축제이다. 너무도 부러웠고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아쉬운 감이 많이 들었다. 하동을 거처 쌍계사 인근 야생차문화축제장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유명 연예인의 공연안내 플랫카드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약간 생뚱맞은 조형물들과 각 다원에서 설치한 홍보 부스들이 장터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축제장에 들어서며 느낀 첫 소감은 “공무원이 주도해 만든 작품이구나” 였다. 아닐지도 모른다. 많이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각기 자기집 차를 자랑하는 판매 부스는 많았지만 신비로운 지리산 차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차 문화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사진 3.jpg


사진 4.jpg

하동 지리산 녹차 밭의 아름다운 풍경


조금은 허탈한 마음으로 화개골을 빠져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한다. 당초 성삼재를 넘을 계획이었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 넓은 길을 따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장시간 차를 타는 여행에서 조금은 피곤했는지 어머니 말씀이 집이 최고로 편하단다.
모두 즐거워했던 모습들이 기억 속으로 자리 잡는다. 나는 앞으로도 식구들을 차에 태우고 지리산에서의 지리산 낭만여행을 종종 떠나보련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Copyright ⓒ 남원넷.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천연기념물 제424호『지리산 천년송』당산제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돼 오랜 역사와 더불어 아름다운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지리산 천년송. 지리산과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지리산 천년송 당산 산신제’가 2월 27일 11시에 마을주민과 관광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깊...
    Date2015.02.15 By편집부 Views5222
    Read More
  2. 지리산 만복대, 그곳에서 만복을 누리라

    백두대간학교(교장 이철승, 백두대간 전문가)의 2015년 2월 제50강은 2월 28일(토) &lt;백두대간 지리산 만복대(萬福臺) 구간&gt;입니다. 이번 산행 주제는 &lt;지리산 만복대에서 만복을 나누다&gt;입니다. 지리산 서부에 위치한 만복대는 풍수지리적으로 지리산의 많은 ...
    Date2015.01.26 By최재식기자 Views4685
    Read More
  3. 지리산의 고찰 실상사

    실상사는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하고 자리한 절로 신라 흥덕왕 3년 (828)에 홍척스님이 세웠다. 신라말기 불법보다 참선을 중 시한 선종의 여러 종파가 전국 명산에 절을 세웠는데, 실상 사가 이렇게 세워진 구산선문 중 최초의 가람이다. 정유재 란때 모두 불...
    Date2014.11.26 By남원넷 Views1478
    Read More
  4. 남원의 국보, 백장암 삼층석탑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 홍척(洪陟)이 창건하어 지리산 천왕봉 서편에 위치하고 있는 실상사, 이곳에서 북쪽으로 얼마쯤 가다보면 백장암(百丈庵)이 나타나는데, 백장암은 실상사에 딸린 소박한 암자로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바로 국보 제1...
    Date2014.11.06 By남원넷 Views3453
    Read More
  5. 지리산에 첫눈이 내렸다.

    지리산에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단풍도 절정에 이르렀다. 가을비가 그치고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에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11월3일 첫눈이 내렸다. /최재식 기자 | jschoi910@hanmail.net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반야봉
    Date2014.11.04 By최재식기자 Views1445
    Read More
  6. 지리산의 호국영령들을 찾아서

    민족의 영산이자 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지리산의 한자락, 뱀사골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전적비와 지리산충혼탑을 찾아보았다. 지리산 뱀사골로 향하는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에는 1948년 이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에 출몰한 공비...
    Date2014.10.25 By임영식기자 Views2995
    Read More
  7. 김미곤 대장과 함께걷는 지리산둘레길

    ‘남원이 낳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 김미곤 대장과 함께 하는 지리산 둘레길 가을을 걷다’가 지난 11일 지리산둘레길 3구간에서 시민, 학생, 산악동호회인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미곤 대장과 기념사진 ▲김미곤 대장의 인사말 ▲김미곤 대장의 사인회 ▲김...
    Date2014.10.15 By최재식기자 Views71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no_have_id

use_signup

X